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549

우리 사귈래 2 ㅡ김명옥

그의 이름은 둥이였습니다 급한 대로 누렁이라고 부르다가 누룽지를 좋아하는 나는 누룽지로 불렀지만 그의 본명은 둥이였습니다.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간식을 건네고 슬며시 손도 건넸지만 주인이 둥이를 부르자 쏜살같이 달려가고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서로의 마음이 닿아 있는 동안 우리는 사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 . . 참고로 아래 링크 우리 사귈래 1 입니다. https://story.kakao.com/kmogold/HWeDoT5Vn3A

[시로 여는 수요일]자화상 그리기 - 김명옥 [서울경제 2022.06.29.]

반칠환 시인께서 [서울경제신문 ] 시로 여는 수요일 코너에 시「 자화상 그리기 」 를 소개해 주셨네요. 저는 몰랐는데 방금 지인이 알려주셨어요. 다시 한 번 나눔 해 봅니다. . . . 끙끙 앓아도 모른 척했던 저 여자, 죽을 만큼 아파도 살 만한 줄 알았던 저 여자, 시집살이가 시집 읽기와 비슷한 줄 알았던 저 여자, 주르르 흘러도 안구 건조로 넣은 인공눈물인 줄 알았던 저 여자, 모든 방법을 알아서 다른 방법을 찾지 않는 줄 알았던 저 여자, 여러 호칭에 겹겹이 싸여 여자인 줄 몰랐던 저 여자, 달려 나가려 하면 잡아당겨지고 주저앉으려 하면 떠밀렸던 저 여자, 거울을 보다 먼 산 바라보던 엄마, 아내, 그리고 딸들. 달의 뒷면처럼 남자는 볼 수 없는 그녀들의 자화상, 제 발 저린 남자들이 서둘러 외면..

올라오시기 힘드셨죠

올라오시기 힘드셨죠 김명옥 엘리베이터 없는 4층으로 이사오자 1층 할머니 아유 4층을 어떻게 올라 다녀하시고 대형 캔버스 주문했더니 엘리베이터 없다고 추가 요금을 내란다 가족들이야 운동삼아 계단 올라 다니지만 생수 들고 올라오시는 택배 아저씨들께 죄송해서 올라오시기 힘드셨죠 음료수 드시고 힘내세요 라고 써서 붙였다 택배가 많은 날은 음료수 있나 없나 자주 내다봐야 하고 박카스 놓았다가 비타민 음료로 바꾸었다가 지금은 홍삼 음료수 병을 놓았다 한 방울 활력이 되었으면 해서 오늘 종이에 낯선 글씨가 보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각각 다른 필체로 무려 세 분이나 기쁨을 일시불로 지불해 주셨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제게 시를 안겨 주셔서요 . . . 어제 진흠모 무크지 인사도 8번째 발..

2022 『 다시올문학 』봄호「아침의 기도」 김명옥

아침의 기도 김명옥 안방 스위치 내리고 현관문 밀고 나오면서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드린다 뒤에서 누가 배웅이라도 하는 듯이 생기가 빠져나가 거칠한 보도블록을 밟으며 생이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 마을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며 "다녀오겠습니다" 자꾸, 자꾸 인사드린다 하늘을 등에 지고 달팽이처럼 낮아져서 드리는 신성한 기도 "잘 다녀오겠습니다" 오늘 하루 공들여 살겠다고 나에게 드리는 기도

다시,봄 ㅡ우리시 4월호

다시,봄 김명옥 누구에게 인지 모르게 벌 받고 있는 듯한 겨울 등을 떼밀어 보냈어 먼지 뒤집어쓴 향수병을 열어 치맛단에 꽃을 피우고 창문마다 달라붙은 방풍지 벗겨내고 매화 멍울 터지는 그림을 걸어야지 뒷굽이 내려앉은 실내화 벗어던지고 눈물 얼룩진 이불도 빨아 널어야지 슬픔도 때로는 쉬어가야 한단다 모자 속에서 숨 죽였던 머리칼 바람결에 내어주고 잔설이 남아 있는 내가슴에 봄볕아 내려 앉으렴 장갑 속에 억류되었던 두 손아 너도 해방이다 생의 우듬지에 연둣잎으로 피어나야지 . . 아버지가 부르시던 노래였던지, 입속으로 희망가가 불려지던 눈부신 피천득 산책로 희망가 https://youtu.be/fSVoxH6cBKI #시인김명옥 #우리시 #희망가

새해, 홍련암

새해, 홍련암 새해 첫날 설산을 헤치고 솔숲길을 걸어 홈련암을 찾습니다 불심이 깊어서인지 소원이 깊어서인지 홍련암 앞사람들은 파도치는데 손을 꼭 잡고 서있는 젊은 연인에게 보살님이 한 마디 던지십니다. 여기는 손잡고 있는 곳이 아니고 손을 합장하고 있는 곳이에요 깜짝 놀라 오른쪽 주머니 속에 손을 꺼내고 왼쪽 주머니 속에 손을 꺼내어 서로 모아 봅니다 홍련암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바닥 만한 유리 구멍에 눈을 대어봐도 법문을 듣는다는 용은 보이지 않고 의상이 보았다는 푸른 새도 솟구쳤다는 홍련도 보이지 않고 합장한 손끝으로 새해 첫 햇살만 무심합니다

「동종에게」김명옥

동종에게 김명옥 우체국 가는 길가 중형 믹스견 지날 때마다 살랑살랑 꼬리 친다 낯도 안 가리는 순둥이가 집이나 볼까 싶었는데 어느 날 지나는 소형견 보더니 우렁차게 왈왈거린다 헤이 덩치도 작은 꼬맹이 예가 어디라고 허락 없이 지나가는 거야 왈왈 호령해 대는 것인데 동종에게 더 사납다 강아지는 품에 안고 쓰다듬어주면서 나도 동종에게 저리 짖어댄 적이 있었을 것이다 마음의 소매를 걷어 부치고 못난 이파리에 묻은 먼지 말갛게 씻어내야지 . . . 10월 예약 된 전시를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봄에 서울시의회 갤러리 취소되고 또... 짐작은 했지만 아쉬움도 남네요. 저만 당하는 일이 아니고 모두가 인내하고 견디는 시기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더 좋은 날들이 오려고 그러나 봅니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

<스토리문학> #등푸른생선 외 1편 김명옥

#등푸른생선 김명옥 엄마 잔소리에 가출했을까 친구들이 왕따 시켰었나 아니면 방금 이별을 끝냈는지도 모르지 이름 앞에 #등푸른 생선이라는 해시태그 달고 푸른 물에 절여지도록 바다 끝 어디까지 떠돌았을까요 심해어처럼 살고 싶어 파도에 아무리 몸을 섞어봐도 떨치지 못한 살 비린내 여보란 듯 빨랫줄에 널리기도 하고 깡통 속으로 은신도 하고 갈비라는 이름으로 변신해봐도 불안하게 흔들리던 생의 지느러미 등에 박힌 가시가 살이 될 때 퉁퉁 불은 바다 끌어안으면 출렁이는 푸른 지문 . . .

「 따끈한 첫 시집 」김명옥 《우리시》 8월호

따끈한 첫 시집 손바닥 만한 시의 텃밭 묵힐 수 없어 첫 시집 세상에 내놓고 산 후 우울증인가 봄비는 오는데 우두커니 앉아 멍 때리다가 포트에 물을 끓여 유기농 보리차 티백을 넣고 옛날식 엽차 잔에 보리차 따르고 두 손으로 감싼다 왜 찻잔은 두 손으로 감싸게 될까 너의 두 볼 너의 따뜻한 손처럼 따뜻한 것은 두 손으로 감싸야하는 걸까 따끈한 내 시집도 누군가가 두 손으로 감싸 쥐면 참 행복하겠다 #김명옥시인 #우리시

「희망고문」김명옥

희망고문 김명옥 먼지 풀풀 날리는 소프트웨어에 입력, 입력해 보지만 큐알 코드에 움트지 못하고 부화되지 않을 꿈만 꾸는지 소중한 것은 눈에 잘 뜨이지 않아 시린 손이 외투 주머니를 찾아 들 듯 내게로 와 줘 경험한 적이 없는 빙하기였지만 내일은 입춘이란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급속 충전해야 할 때 넘실 거리는 봄의 날개를 밟고 살얼음 낀 희망을 휘저어야지 . . . 진흠모 이야기 7 무크지 가 소나기를 타고 도착했네요. 시가연에서 모여 책나눔을 하고 케익에 촛불도 붙여야 하는데 이렇게 우편으로 받게되니 조금 아쉽네요. 전시에 손님이 오셔서 외출 했다 집에 오니 실내 온도가 34도, 소나기 올까봐 창문을 닫고 나갔더니 찜통이에요. 소나기가 더위를 좀 몰고가 주기를 바래봅니다. 모두 건강 살피시고요~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