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일 시인 바람이 꽃잎을 흔들고 흔들린 꽃잎은 상처를 흔들고 마음을 흔든다 흔들린 마음 하나 더할 수 없이 위중해진 단단한 슬픔이 되어 목구멍을 막는다 그래 그냥 어떤 사소한 사건이라고 못박아두자 꽃그늘 하나 드리우지 못하는 가여운 나무의, 그 깡마른 그림자의, 말라가는 비애쯤이라 해.. 생을 그리는 작업실/caricature 2015.11.25
김낙필 시인 「아침」 전생을 건너 이른아침 잠에서 깨면 이승의 삶은 아련하고 낯설다 간밤 쏟아져 내리던 별빛과 막막한 사막 가운데 서있던 대추야자 그늘이 못내그리워져 꿈에서 깬것이 허무하고 허전 하기만 하다 베개맡으로 쓸쓸한 계절들이 묻어나고 밤새 방황하던 흔적들이 이불깃에 아리게 서려 있.. 생을 그리는 작업실/caricature 2015.11.25
도종환 시인 「오늘밤 비 내리고」 오늘 밤 비 내리고 몸 어디인가 소리없이 아프다 빗물은 꽃잎을 싣고 여울로 가고 세윌은 육신을 싣고 서천으로 기운다 꽃지고 세윌지면 또 무엇으로 남으리 비내리는 밤에는 마음 기댈 곳 없어라 . . . 오늘밤 비 내리고 詩 도종환 생을 그리는 작업실/caricature 2015.09.27
문정영 시인 수곽(水廓) 문정영 나는 한때 물처럼 맑다고 생각했다. 물로 집 한 채 지었거나 물의 집이라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그런 나를 비추자 물빛이 흐려졌다. 내가 지은 집은 지는 해로 지은 것이었다. 고인 물을 막은 것에 불과했다. 내가 흐르는 물자리였으면 새 몇 마리 새 자리를 놓았을 것.. 생을 그리는 작업실/caricature 2014.01.21
사평역에서/ 곽재구 (낭송 / 박종화)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붗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