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표정 김명옥 한파 주의보에 수도관이 얼고 때가 탄 관절마저 얼어붙는 날 기억의 팔짱을 끼고 더디게 걸으며 나를 키운 시간들을 되감아 보다가 생의 교과서를 펼치러 나간다 과일가게 귤과 사과는 이불을 덮고도 발발 떠는데 만두가게 앞에 걸린 솥에서 여전히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빈대떡 아주머니는 여전히 철판 위에 빈대떡을 뒤집고 땅콩 볶는 기계도 여전히 돌아가는 날 시장 모퉁이 천 원에 두 개 붕어빵을 먹으며 종일 밖에서 추울 텐데 비닐이라도 치시지 했더니 내 건물도 아닌데 비닐은 무슨 비닐 난 안 추운데 언니들이 더 걱정해 그 맛에 살지만 봄 햇살처럼 환한 아주머니 표정 웃음을 쟁여놓고 사시나 보다 거친 생애도 따뜻하게 녹여내는 행복의 표정 붕어빵 속 단팥도 오늘따라 더욱 뜨겁다 . . . #행복의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