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 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20.01.16
잃어버린 선물 이별은 다른 별에서 온 전언 매일매일 죽는 우리에 대한 그러나 받아들일 수 없다 믿을 만한 죽음은 항상 나중 것이기에 네게서 받은 이상한 선물 다른 별에서는 사랑스런 생물이었고 이 별에서는 무서운 사물이었던 그것을 무어라 불러야 했을까 그것을 잃어버렸다 이름도 없어 처량한 ..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19.04.07
하나의 이름을 버릴 때 나비가 피는 계절이 있다 나비는 하냥 피어났고 내일도 필 것이다 나비가 피기까지 열세 마리 꽃이 날아들었다 꽃 이름을 부르면 나비가 쑥대밭이 될까봐 눈으로 쫓았다 나비가 정신없이 물들어 갈 때 꽃은 어디를 향해 뜨거워지나 손지문 닮은 협곡을 따라 꽃이 빙빙 나비가 빙빙 암록..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19.03.23
오래된 정원 나는 오래된 정원을 하나 가지고 있지 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밤낮없이 빛으로 낭자했어 더 이상은 아물지도 않았지 시간을 발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이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윗돌의 인사를 보며 나는 그곳으로 들어서곤 했지 무성한 빗방울 지나갈 땐 커다란 손바닥이 정원..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19.03.17
희망 희망 나의 희망, 어두운 땅 속에 묻히면 황금이 되어 불 같은 손을 기다리고, 너의 희망, 깜깜한 하늘에 갇히면 별이 되어 먼 언덕 위에서 빛난다 나의 희망, 아득한 바다에 뜨면 수평선의 기적이 되어 먼 나라를 저어 가고, 너의 희망, 나에게 가까이 오면 나의 사랑으로 맞아 뜨거운 입술..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19.03.09
그림판 누드크로키 시즌 2 내가 만난 모든 슬픔을 나는 좁고 면밀한 눈으로 잰다네. 그것이 내 것만큼 무게가 나가는지 아니면, 더 수월한 크기인지, 나는 궁금하다네. 그것들이 오래된 것인지 아니면, 금방 시작된 것인지, 나는 궁금하다네. 나는 내 슬픔의 날짜를 말할 수는 없다네. 그것은 너무나 오랜 고통 같기..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19.03.03
손에 대하여 - 누드크로키 종강날 그대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리움의 손바닥에 못이 박힌다 나팔꽃 씨앗 속 그 감감한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못박힌 손으론 가리고 가려보아도 못 박힌 손 사이로 환히 보이는 구멍난 허리,그 길로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낙타들도 지나가지만 옷 벗은 바람은 지나지도 잠들지도 못하고 ..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17.03.31
오후를 견디는 법 몇 겹으로 접혀 낡은 소파에 누웠다 며칠 현관문이 '외출 중'을 붙잡고 서있는 동안 나는 세상에서 방전되었다 익숙한 풍경이 커튼처럼 걸리고 빛이 차단된 몸에서 수많은 눈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화창한 오후는 그림자를 둘둘 담요처럼 감는다 뱉지 못한 문장 뒤틀린 서술들 나는 ..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17.03.24
너에게 나를 어둠속을 날아서 기억의 저편에 서면 새하얀 달빛사이로 그모습이 보이지 (너무 슬퍼하지마) (네곁에 있는걸) (너의 영원을) (기다리고 있는걸) 오오 오오오 오오 오오오 오오 오오오 오오 오오오 오오 비가 내려와 나 더 기대할순 없었어 날떠난 그날도 비가 내렸으니까 새로운 시작위해 .. 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201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