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희망

무디따 2019. 3. 9. 22:09










희망


 나의 희망,
어두운 땅 속에 묻히면
 황금이 되어
 불 같은 손을 기다리고,


너의 희망,
깜깜한 하늘에 갇히면
 별이 되어
 먼 언덕 위에서 빛난다


 나의 희망,
아득한 바다에 뜨면
 수평선의 기적이 되어
 먼 나라를 저어 가고,


너의 희망,
나에게 가까이 오면
 나의 사랑으로 맞아
 뜨거운 입술이 된다.


빵 없는 땅에서도 배고프지 않은,
물 없는 바다에서도
 목마르지 않은
 우리의 희망!


온 세상에 불이 꺼져 캄캄할 때에도,
내가 찾는 얼굴들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생각하는 갈대 끝으로
 희망에서 불을 붙여 온다.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때에도
 우리의 무덤마저 빼앗을 때에도
 우릴 빼앗을 수 없는 우리의 희망!


우리에게 한 번 주어 버린 것을
 오오, 우리의 신(神)도 뉘우치고 있을
 너와 나의 희망! 우리의 희망!



詩.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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