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549

「고양이 민박」 김명옥

고양이 민박 김명옥 대공원 뒷길 지나는데 꼬마 둘이 무언가를 들여다본다 걸음을 멈추고 보니 네모난 박스가 듬성듬성 있고 문패인가 고양이 민박이라고 쓰여있다 여행자일까 검은 고양이 두 마리 꼬마들과 술래잡기한다 한 생을 테이크아웃해 온 지구 근로계약서도 없이 그림과 글의 행간에서 오도 가도 못 하고 제자리 걸음만 몇 년째인지 어려움은 함께해도 즐거움은 함께하기 힘든 행성 라일락이 흘린 향기나 주우며 남의 고통을 위안 삼지 않을 때 생의 마디마디에 단비가 내려줄까 내비게이션이 언제쯤 속삭일까 목적지 부근입니다 라고 #시인김명옥 #미네르바 #고양이민박

시집(詩集) 김명옥

시집(詩集) 김명옥 등 푸른 당신을 가방 속에 넣었더니 비릿한 바닷물이 일렁인다. 비늘을 튀기며 퍼덕이는 햇빛들 흉터뿐인 밀실 속에서 제 살을 파먹고 살아 온 가느다란 내장, 한 면밖에는 볼 수 없는 울음 주머니. 잠 속에 들어 앉아 허공의 부레를 어루만질 때마다 푸른 핏방울이 튀긴다. 이젠 울지 마. 따뜻한 눈물 한 움큼 더하며 당신을 놓아준다. 처음 왔던 그 자리 너의 별로 돌아가렴. 바람 타고 달리는 마두금 소리 감긴 검은 눈동자가 듣는다 . . . 예전 같으면 불교문예 시상식과 시집 출간한 사람들 축하 사인회가 있었을텐데... 이렇게 기념패 도착했습니다. #불교문예 #시인김명옥

「 총신대역 민들레」김명옥

총신대역 민들레 14번 출구 보도블록 위에 납작한 민들레 옆 색소폰이 눈물을 쥐어짜고 지폐 몇 장 상자에서 헐떡인다 모자와 마스크 속으로 숨긴 얼굴 살려주세요 월세가 많이 밀렸어요 아무렇게나 쓴 글씨가 옆에서 파르르 떨고 있다 땅거미 흘러내리고 거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매달고 흐릿흐릿 환승하는 사람들 햇반 뭉치 옆구리에 끼고 편의점을 나서면 보도블록 위로 무단 투기한 미래가 발길에 채인다 피고 싶어서 피던가 납작한 민들레

「셜록을 보며」김명옥

「셜록을 보며」김명옥 얘야 누가 내 한복을 가져갔구나 얘야 장롱 속 돈이 안 보인다 손 탔나 보다 정신줄 놓은 어머니 누가 가져가요 잘 찾아보세요 가져갈 사람도 없고 잘 두고 못 찾는 거지 시큰둥했던 딸 바늘 찾듯 찾아도 없는데 얼마나 야속하셨을까 같이 찾는 척이라도 해 드렸더라면 셜록이 되어 이 사람 저 사람 용의 선상에 놓고 탐정 놀이해 드렸더라면 살아 계실 때는 하루 한 번도 생각 못 하다가 돌아가시고 하루 열두 번도 더 하는 생각 시간이란 수업료 낼만큼 내고 나서 이제 와 후회한들 따뜻한 밥 지어 겸상할 수 있다면 조기 구워 살 발라 밥 위에 얹어 드릴 수 있다면 젊은 어머니와 다시 수다 떨 수만 있다면

김명옥 시집『 꽃 진 자리에 꽃은 피고 』 박산 시인 리뷰

『 꽃 진 자리에 꽃은 피고 』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노래 ㅡ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 아버지 나오시기만 기다리던 기생집 앞 가로등 밑 어머니 등에 업힌 동생 잠 들고 어머님 차디 찬 손 잡고 들었던 노래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내어서 무엇하나 노래가 집안 망쳤다 라디오 끄시던 어머니 인생 일장춘몽인데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 설겆이 하는데 느닷없이 입술을 헤집고 나오는 노래 # 나도 아버지가 된지 오래고 이젠 늙은 아버지다 시집을 읽다가 유독 이 시가 뇌에 들었다 마치 김승호 조미령 나오는 흑백 영화 한 편 보듯 스크린이 비 오듯 과거를 토해 내는 중이다 기생집 문 앞까지 찾아간 어머니와 어린 딸 어머니 등에 업힌 동생 닐리리야 장구 소리에 니나노..

김명옥 시집 『 꽃 진 자리에 꽃은 피고』

벚꽃이 기상 관측 백 년 만에 처음으로 일찍 개화 했다는 소식을 듣던 날 시집이 배달 되었다. 3월 말 정도 기대 했는데 시집도 개화를 앞 당기는걸까 온 생애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피로감에 그저 나른 하기만 했다. 어쩌자고 시집까지... 작은 후회도 일어나고 그러나 이 작은 탄생을 위해 수고스러움을 아끼지 않으신 님들 노고를 생각하며 힘을 내야 한다. 가장 화사한 찻잔을 꺼내 모처럼 뒤꼭지 설탕을 빼지 않고 다 넣어 차를 마신다. 참 달달하다. 이제는 달게 살고싶다. 여러 친구 님들 가슴에도 꽃진 자리에 꽃이 활짝 피기를 소망합니다. 교보문고 http://mobile.kyobobook.co.kr/showcase/book/KOR/9788997276493 교보eBook http://m.kyobobook.co...

[시인뉴스포엠] 꽃진 자리에 꽃은 피고 ㅡ 김명옥

꽃 진 자리에 꽃은 피고 김명옥 대추 한 톨을 손에 꼭 쥐고 잠이 들면 아름드리 대추나무에 하늘 가득 주렁주렁 대추가 열리는 꿈을 꾸었지 자고 나면 사라지고 마는 일회용 꿈 시간이라는 수업료를 내고 경험을 사는 일도 지쳐가는데 구름의 눈물이 발목 적시는 저녁 편의점에서 따뜻한 두유를 두 손으로 감싸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였다고 웅얼거리더라도 꽃 진 자리에 꽃은 핀다

홍해리 시인님 시집 『정곡론』

시를 찾아서 홍해리 일보 일배 한평생 부처는 없고 연꽃 속 그림자 어른거릴 뿐. 풍경 소리 천릿길 오르고 올라 절마당 닿았는가 보이지 않네. . . 봄 편지처럼 우편함에 날아든 시집 홍해리 시인 님의 감사의 마음으로 스토리에 소개 드립니다. 특히 '시를 찾아서'는 제 마음에 특별하게 와 닿네요. 봄기운이 일렁이는 주말 모두 행복 가득하세요.

월간 《우리시》2 월호 /해피트리 키우기 외 1편

월간 《우리시》2 월호 해피트리 키우기 외 1편 해피트리 키우기 김명옥 당신을 심어놓고 햇볕 좋아할까 싶어 창가에 내놓았더니 잎끝이 까맣게 얼룩진다 반그늘로 옮기고 수시로 상태를 살피는데도 아침에 들여다보면 누렇게 시든 잎사귀 수북하다 폭풍검색해서 분무기도 하고 영양제를 줘 봐도 새살은 쉽사리 돋아나지 않는 당신 행복의 최적화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 끝에 눅눅한 흙을 걷어내니 짓무른 생의 터럭들이 고개를 박고 있다 고분고분 물을 주었어도 흡수를 하지 못하면 잎이 바삭바삭 말라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신문지 위에 당신의 아랫도리를 펼쳐 놓는다 생이 길어야 아름다운가 여기도 좋고 다음 생으로 건너가도 그만이라는 듯 몇 가닥 햇살에 여생을 맡기고 선정에 드신 당신 바람의 숨소리만 경經으로 쌓여간다 #시인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