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월간 《우리시》2 월호 /해피트리 키우기 외 1편

무디따 2021. 2. 5. 15:52


월간 《우리시》2 월호

해피트리 키우기 외 1편
 
 
해피트리 키우기
 

김명옥
 


당신을 심어놓고
햇볕 좋아할까 싶어 창가에 내놓았더니
잎끝이 까맣게 얼룩진다
반그늘로 옮기고 수시로 상태를 살피는데도
아침에 들여다보면 누렇게 시든 잎사귀 수북하다
폭풍검색해서 분무기도 하고 영양제를 줘 봐도
새살은 쉽사리 돋아나지 않는 당신
 
행복의 최적화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 끝에 눅눅한 흙을 걷어내니
짓무른 생의 터럭들이 고개를 박고 있다
고분고분 물을 주었어도 흡수를 하지 못하면
잎이 바삭바삭 말라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신문지 위에 당신의 아랫도리를 펼쳐 놓는다
생이 길어야 아름다운가
여기도 좋고 다음 생으로 건너가도 그만이라는 듯
몇 가닥 햇살에 여생을 맡기고
선정에 드신 당신
바람의 숨소리만
경經으로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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