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549

2019년 계간《불교문예》여름호「메리골드 씨앗을 받으며」외1편 김명옥

메리골드 씨앗을 받으며 묶었던 머리카락 풀어 빗질하는 저녁 바람에 취한 시간의 비늘들이 말라가는데 그리 살지지 않았던 꽃밭 독을 숨겼거나 약을 숨겼거나 잡고 싶었던 손 놓쳐도 그뿐 어차피 모두 지고 말 뿐인데 누가 부러뜨렸을까 늙은 꽃대 어루만지며 충혈된 눈 비벼봐도 찾을 수 없는 서글픈 성감대 병든 개가 제 발을 하염없이 핥듯 제 상처 외에는 아무것도 아프지 않았었지 그래서 씨앗들은 이승을 훌훌 떠나 보는 것일까 깡마른 손으로 머리핀을 꽂고 나는 왜 꽃밭을 떠나지 못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