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
솔바람이 되고 싶은 날이 있지요
무한천공 허공에 홀로 떠서
허공의 빛깔로 비산 비야 떠돌다가
협곡의 바위 틈에 잠들기도 하고
들국 위의 햇살에 섞이기도 하고
낙락장송 그늘에서 휘파람을 불다가
시골학교 운동회날, 만국기 흔드는 선들바람이거나
원귀들 호리는 거문고 가락이 되어
시월 향제 들판에 흘렀으면 하지요
장작불이 되고 싶은 날이 있지요
아득한 길목의 실개천이 되었다가
눈부신 슬픔의 강물도 되었다가
저승같은 추위가 온 땅에 넘치는 날
얼음장 밑으로 흘러들어가
어둡고 외로운 당신 가슴에
한 삼백년 꺼지지 않을 불꽃으로 피었다가
사랑의 사리로 죽었으면 하지요
詩 고정희
'여행자를 위한 서시 > Healing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전화」문성해 (0) | 2019.07.20 |
---|---|
진흠모 9돌,무크지『인사도』출판기념회 (0) | 2019.06.29 |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조용미 (0) | 2019.06.08 |
2019년 계간《불교문예》여름호「메리골드 씨앗을 받으며」외1편 김명옥 (0) | 2019.06.01 |
「아버지의 그늘」신경림 (0) | 2019.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