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19년 계간《불교문예》여름호「메리골드 씨앗을 받으며」외1편 김명옥

무디따 2019. 6. 1. 19:12

 

 

 

 

 

 

 

 

메리골드 씨앗을 받으며

 

묶었던 머리카락 풀어 빗질하는 저녁
바람에 취한 시간의 비늘들이 말라가는데

그리 살지지 않았던 꽃밭
독을 숨겼거나 약을 숨겼거나
잡고 싶었던 손 놓쳐도 그뿐
어차피 모두 지고 말 뿐인데

누가 부러뜨렸을까
늙은 꽃대 어루만지며
충혈된 눈 비벼봐도
찾을 수 없는 서글픈 성감대

병든 개가 제 발을 하염없이 핥듯
제 상처 외에는 아무것도 아프지 않았었지
그래서 씨앗들은 이승을 훌훌 떠나 보는 것일까


깡마른 손으로 머리핀을 꽂고
나는 왜 꽃밭을 떠나지 못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