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나 삽니다" 낯짝까지 도배한 봉고는
하이에나처럼 동과 동 사이를 쏘다니고 있는데
어디로들 가는 걸까
사다리를 높이 올리고 낡은 생각들을 부린다.
한 가지 꺾어 햇볕 식탁에 놓았던
라일락의 향기는 어디로 갈까
까맣게 열리던 대추나무는,
지금껏 허리 한번 펴지 못한 쥐똥나무는,
키다리 메타세콰이어들은 어디로 이주하지
가야할 곳을 모른 채 무심하게 꽃망울 터트리는
이 꽃나무들의 봄은 어디로 가지
28년 된 현관문을 열면
뱅글뱅글 꼬리치며 반겨주던 물고기야
식탁유리 실금만큼 많았던 명암들을
묻고 가나 데리고 가나
놀이터 모래, 현관으로 퍼다 날랐던 노을들아
남은 시간이 많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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