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이사 」오 준 시인

무디따 2015. 4. 18. 22:43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

         숙아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상당

         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세계를 낯설게 느

         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ㅡ빅톨위고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다고 헐떡였을 때

빈 자리들이 물건들로 넘쳐 그림자 가뭇없이 사라졌을 때

거짓 껍데기를 모쪼록 깨쳐야 했다

 
 
넘고 넘쳤다는 말이 지나쳤다는 뜻이란 걸

사랑이 사랑을 넘어 얽히고

집이 가구와 물건 온갖 짐으로 팍팍하게 넘치면

이미 내릴 곳을 지나친 것……

강물이 몸을 불리다 무심결에 바다가 되듯

마지못해 수만 가닥 물줄기로 휘감긴 물결

엉겁결에 나 벌써

많은 가닥들로 이승을 지나쳐

다음 생에 와 있는 건지도 몰라

 
 
이삿짐을 싸면서

달이 갈 수록 향기 짙어지던 달이 허깨비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어야 했다,

그러는 새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지나쳐버렸다……

이미 덧없이 또 몇 가닥의 시작이 물을 건너

어둠속으로 풀려나가려 흐물대고 있음을 눈치챘어야 했다

 

뒤 늦게 짐을 내놓고 시간을 치운다

비울 수록 환해지고 눈이 부신 空 間

비우고나니 그제서야 집안으로 들어온 바람

달빛 대신 텅 빈 집에 나를 비추어보니  

아무런 냄새 없이 그윽한 향기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