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하다 내다 본 창밖으로
벚꽃이 미끄럼 타듯 내린다.
이삿짐 차 주차 할 곳이
싸락눈인 듯 하얀 꽃잎으로 덮였다
여느 날처럼 빨래를 꺼내서 널고
밀대로 마루를 미는데
베란다 밖을 보던 딸이 소리친다
"엄마 나무들을 벌써 다 베었어, 불상해서 어떡해"
이 구석, 저 구석 밀대만 밀었다
아랫배가 또 아프다
쓰레기통까지 비우고
홍삼 한 봉지를 데워서 마시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본다.
이렇게 떠나기 싫은걸
왜 몰랐을까
"오늘 밤에는 송별회 해야지
이 집도 술 한 잔 해야 하고 "
" 다시 들어 올 건데 뭐..."
"그래도 우리가 살던 이 집은 없어지잖니..."
"집도 슬퍼할까 ..."
막걸릿잔을 들고 집을 한 바퀴 돌아본다.
베란다와 다용도실 창문을 열고
눈물인 듯 막걸리를 뿌려주었다
푹, 잠들 거라
나는 쉬이 잠들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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