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어머니의 커피」 김명옥

무디따 2015. 4. 26. 11:23

 

 

 

 

 

 

 

 

 

 

어머니의 커피

 

                        김명옥

 

 

 

 

어머니 유골 위로
뜨거운 커피를 부어요
의사 몰래 마시던
그 뜨겁고도 달고 진한 커피요

원두가루 
침으로 녹여 드시던 날들
더 이상 열매 맺지 못한
꽃대의 에스프레소이던가요

 

어머니
가망 없는 시간이
묵묵부답으로 흐를 때
내일의 내비게이션에
뭐라고 입력할까요?

물에 헹군 아메리카노처럼
남은 생이 밍밍해도 별수 있겠어요
시간을 팔아서라도
그림과 시를 살 수밖에요.

 

자정 넘으면 호리병에서 나와
삼만 이천 년 전 동굴 속
벽화를 마무리하며
족장의 주문을 외워요.

 

"애야 불 좀 끄고 자거라"
오늘도 채근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