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성 우울증
김명옥
편백나무 베개를 베고 누웠어요.
향기로운 꿈이라도 꿀까봐서요.
활짝 핀 꽃무늬 이불도 덮었어요.
꽃밭에서 노니는 꿈이라도 꿀까 봐서요.
햇살은 휘청거리고
시간만 노릇노릇 익어 가는데
눈물 젖은 손수건은
저 홀로 신음을 삭히네요.
어설펐던 선택들이
머리 풀고 찾아와 목을 조르는 밤
뚜껑 열린 채 나뒹구는 물감들처럼
혼절한 영혼은 아직 경련중입니다
약도 없는 병에 걸렸다고
소문이라도 낼까요?
기별 없는 희망을
덮어쓰기 할까요?
생존법은 까마득히 까먹었고요.
중독성 있는 이름만 허공에 맴돕니다.
오늘에 접신 된 가면들이 손짓하네요.
어떤 가면으로 여러분들을 만나러 나갈까요?
“네티,네티”* 이름을 얻지 못한 생의 순교자들 목소리만
귀를 두드립니다.
*네티, 네티 : (이것은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산스크리스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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