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2월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
[스크랩] 추야몽(秋夜夢) 가을밤 빗소리에 놀라 깨니 꿈이로다 오셨던 님 간 곳 없고 등잔불만 가물가물 그 꿈을 또 꾸라 한들 잠못 이루워 하노라 야속다 그 빗소리 공연히 꿈 깨놓고서 님의 손길 어디 가고 이불귀만 잡았는가 베개 위의 눈물 자욱 씻어 무삼하리요 꿈이면 깨지 말자 백 번이나 벼렀건만 꿈 깨고서 님 보내니 .. 여행자를 위한 서시/oldies but goodies 2008.05.18
[스크랩] 후회 그대와 낙화암에 갔을 때 왜 그대 손을 잡고 떨어져 백마강이 되지 못 했는지 그대와 만장굴에 갔을 때 왜 끝없이 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서귀포 앞바다에 닿지 못 했는지 그대와 천마총에 갔을 때 왜 천마를 타고 가을 하늘 속을 훨훨 날아다니지 못 했는지 그대와 감은사에 갔을 때 왜 그대 손을 이끌..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
[스크랩] 낯선 시간 앞에서 낯선 시간 앞에 서 있다 네가 벗어놓은 그림자가 여기 있다 카페모카의 오후 세 시, 달콤한 수요일 생크림으로 추억은 장식되었으나 이 추억은 치명적이다 내 앞의 빈 의자 위에 걸쳐져 있는 너의 그림자는 타르보다 쓰고 낯선 시간을 마주한 나는 시력을 잃는다 갑자기 초라해진다 봉인된 시간 속에..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
[스크랩] 개망초 꽃 그대 떠나간 빈 들녘에 개망초 고운 꽃들이 하얗게 피었네 내 삶의 어디쯤에서 그댈 다시 만날까 그 맑은 가슴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대 두고 간 노래 몇 개 들꽃처럼 가난한 숨결 한 묶음 둥근 산 위로 첫별이 뜨면 그대가 밝히는 촛불인 줄 알겠네 개망초 무덤에 소나기 쏟아지면 그대가 들려주는 詩..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
[스크랩] 사모곡 중에서 길에서 미열이 나면 하나님 하고 부르지만 자다가 신열이 끊으면 어머니, 어머니를 불러요. 아직은 몸 아프면 날 찾냐고 쯧쯧쯧 혀를 차시나요. 아이구 이꼴 저꼴 보기 싫다시면 또 눈물 닦으시나요. 나 몸 아파요, 어머니 오늘도 따뜻한 명태국물 마시며 누워 있고 싶어요. 자는 듯 죽은 듯 움직이지 ..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
[스크랩] 봄눈 나는 그대 등 뒤로 내리는 봄눈을 바라보지 못했네 끝없이 용서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그대 텅빈 가슴의 말을 듣지 못했네 새벽은 멀고 아직도 바람에 별들은 쓸리고 내 가슴 사이로 삭풍은 끝이 없는데 나는 그대 운명으로 난 길 앞에 흩날리는 거친 눈발을 바라보지 못했네 용서 받기에는 이제 너무..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
[스크랩] 생의 한가운데 "사람은 자신에 대해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에서라도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더욱 가난하고 고독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놓음으로써 그와 가까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와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만한 것이 없습니다. " 루이제 ..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
[스크랩] 1월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죽여 흐르는 불면의 강물 기다리..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
[스크랩] 방문 먼후일... 내가 유리병의 물처럼 맑아질 때 눈부신 소복으로 찾아 가리다 문은 조금만 열어 놓아 주십시오 잘아는 노래의 첫귀절 처럼 가벼운 망설임의 문을 밀면- 당신은 그때 어디쯤에서 환히 눈 시린- 은백의 머리를 들어 주실까 알 듯 모를 듯 아슴한 눈길 비가 서리고 난로엔 곱게 세월묻은 주전자.. 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200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