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모란이 질 무렵 」 이성복

무디따 2018. 8. 14. 21:28









어디 가보아야 하는데 거기가 어딘지 몰랐다
해거름 녘에 붉게 핀 것들을 보고
한 사람은 작약이라 했고, 또 한 사람은 모란이라 했는데
나도 같이 거기 왜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날 모란이라 했던 사람의 아이는 몹시 아팠고,
우리는 모두 같이 걱정했는데,
그 후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해거름 녘에 붉게 핀 것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우리는 어디 기대어 좀 울고 싶었던 기억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