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가장자리에서도
도시의 중심에서도
나는 점으로 표시되었다
여기 어디쯤인지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기준으로부터 한참 멀어진 점이었다
바깥쪽 밑창이 닳아버린 운동화를 보았다
흘러간 노래를 나누어 부를 사람도 없이
무너지는 시간들을 혼자 받치고 섰을 때
나는 기준보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바람도 없이 비가 내리면
선으로 이어진 빗줄기 속에서 나의 점
점점 흐려지는 날이었다
일생을 평균점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았노라고
또렷한 동그라미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 그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어떤 것인지 어디에서인지 출근길에서인지 퇴근길에서인지
알지 못한다고만 해서
나도 찾아주는 것을 그만두었다
우리는 팔레트의 물감들이었다
색을 내기 위해 웅크렸지만
번질 곳도 찾지 못하고 굳어져 갔다
詩 임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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