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등지고 긴 골목을 빠져나올 때
나는 겨울 입술을 가지게 되었다
오후 한 시 방향에서 들어오는 낙뢰가
입술을 스치고 갔다
그 후로 옛날을 말할 때마다
꼭 여미지 못하는 입술 사이로
쓰러지지도 못하는 빗금의 걸음을 흘려야 했다
골목의 낮은 쇠창살들은 녹슬어갔지만
뱉어놓은 말들은 벽에서 녹고 또 얼었다
깨어진 사랑이 운석처럼 박힌 이별의 얼굴에는
저녁과 밤 사이로 빠져나간 낙뢰가 있더니
해가 진 일곱 시의 겨울 입술은
어둠을 들이밀어도 다물 수 없도록 기울어져서
들리지 않는 말들을 넘어지지 않게 중얼거려야 했다
진실을 말해도 모두가 비스듬한 후회가 되었다
詩 심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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