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린 어깨에 가끔씩 포효 소리 제법 크지만, 낮잠과 하품으로 하루를 때우는,
허세의 갈기 무성한 수사자 말고
해만 넘어가면 약한 먹잇감 찾아 눈에 쌍심지 돋우는, 뱃속까지 시커먼,
욕망의 윤기 잘잘 흐르는 음흉한 늑대 말고
훔친 것도 좋아, 높은 놈 먹다 버린 것도 좋아, 패거리로 몰려다니길 즐겨 하는,
웃음도 비열한 하이에나 말고
수천 권 뜯어먹은 지성인 척 턱수염 도도하게 으스대지만,
강자 앞에선 아첨의 목소리로 선한 초식동물인 척하는, 이중인격 비굴한 염소도 말고
아무데서나 혀 빼고 군침 흘려 대며, 할 소리 안 할 소리 쓸데없이 짖어 대거나 아무나 물어뜯는,
날카로운 야성의 송곳니는 유전자에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인, 잡개는 더욱 말고
높은 하늘 향해
한 자세로 한 몸 꼿꼿이 세운
한 향기 한 품위로 천지를 채운
저 키 큰 금강송 같은
식물성 남자 하나 찾습니다
평생 배필로 삼아
생을 다해 자취도 없이 사라져 그 몸 이룬 탄소 원자 소멸할 때까지
한마음으로 사랑하겠습니다
연락 주시면 후사하겠습니다
詩 이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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