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도배

무디따 2016. 10. 27. 18:36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때

벽지를 바르네

벽지는 사방연속무늬

벽과 천장 가득 벽지를 발라도

한번도 만날 수 없는 얼굴들처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얼굴들은

벽지를 바르면서

벽지가 되네

찢어진 곳에서나 얼굴 맞대는

사방연속무늬처럼

진정 사랑할 수 없는 인연이여

찢어지기 전에 얼른

벽지를 바꾸다가

벽을 만드네

세월의 곰팡이를 먹고 자라는 벽지는

쉬 늙어버리네

흙을 먹고 사는 인간이 흙이 되듯

벽지는 마침내

곰팡이가 되네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사람에게

늙은 벽지는 한숨을 가르치고

곰팡이가 사방연속무늬로 번식하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우리 사랑은

사방연속무늬

이미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곰팡이를 바르고 있네


詩 차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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