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때
벽지를 바르네
벽지는 사방연속무늬
벽과 천장 가득 벽지를 발라도
한번도 만날 수 없는 얼굴들처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얼굴들은
벽지를 바르면서
벽지가 되네
찢어진 곳에서나 얼굴 맞대는
사방연속무늬처럼
진정 사랑할 수 없는 인연이여
찢어지기 전에 얼른
벽지를 바꾸다가
벽을 만드네
세월의 곰팡이를 먹고 자라는 벽지는
쉬 늙어버리네
흙을 먹고 사는 인간이 흙이 되듯
벽지는 마침내
곰팡이가 되네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사람에게
늙은 벽지는 한숨을 가르치고
곰팡이가 사방연속무늬로 번식하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우리 사랑은
사방연속무늬
이미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곰팡이를 바르고 있네
詩 차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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