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아무것도 해줄 것이없듯이
나도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쳐다볼 수있다는 것 외엔
아무런 몸짓도 할 수없다는 걸 당신과 나는
너무나 잘 알고있습니다.
길을 찾다 갠지스강가에서 조우한 그날
우린 서로를 덥썩 물고 말았지요.
나는 그대의 영혼속으로 빠져들어서
그대의 세상 속에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그대는 내가 바보인 줄 알았을까요?
내가 작다는걸 알았을까요
내가 불타버려 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나를 먹어치운 다음 입맛 다시는 그대의
그 수많은 언어들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었습니다.
나는 이제 마술에 걸려버렸습니다.
눅눅하고 끈적거리는 魔氣속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강을 따라 새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건기가 지나고 강들이 얼어붙고 있는 저편 들판으로
사냥꾼들이 총을 겨누고
내가 그들의 총탄을 피해 피를 흘리며 걸어온
그 길을 따라 새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삐걱거리는 寺院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맞닥뜨리는 낡은 벽 한켠으로 비상구처럼
주먹만한 노리쇠문고리가 달린 쪽문이 있습니다.
문을 열면 독한 담배연기와 끈적거리는 섹소폰 열기
언더락잔에 수정같은 얼음규빅을 채우고
브랜디로 상처를 비비며 히히덕거리는
밀엽꾼들이 숨어 있습니다.
엘토섹소폰 David Sanbornd 의 Pearls..
구도자들 사이로 마법사의 마차가 지나가고
낡은 장미처럼 타락한 나그네들에게 마법을 겁니다.
동해바다의 가재미를 건져올리고
태백준령의 떡갈나무잎을 그러모아
거진항 물회 한 사발에 비벼넣고 슬픈 삶을 사는 사람끼리
미시령 밤고개를 넘는데
보름달도 마법에 걸렸는지 서너 개가 봉우리마다 기웃거리고
빗자루를 탄 마녀가 비스듬히 용대리 계곡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속초 밤바다는 여전히 밤배처럼 울렁거리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은 쓸데없는 것을 가지려했기 때문입니다.
테레사 수녀의 말처럼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에
불과한 것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질 못했습니다.
독한 술과 독선을 사랑하다가 후미진 째즈바에서 세월을밟는
역마살 붙은 방랑자들은 마법사가 엮어놓은 거미줄에
얼기설기 목을 매달고 새벽 두 시를 오후 두 시라고 우기면서
쌈박질을 해대며 바보처럼 쓸쓸해하고 있었습니다.
웃고 말았습니다.
달력도 없는 집에서 나는 그들과 함께
그저 계절을 세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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