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지금 이 시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진이정

무디따 2011. 12. 30. 14:05

 

 

 

 

 

 

 

흐르는 지금 이 시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꽃이라고 별이라고 그대라고 명명해도 좋을까요
그대가 흘러갑니다 흘러흘러 별이 떠내려갑니다
모두가 그대의 향기 질질 흘리며 흘러갑니다
그대는 날 어디론가 막다른 곳까지 몰고 가는 듯합니다
난 그대안에서 그대로 불타오릅니다
그대에 파묻혀 나는, 그대가 타오르기에 불붙어 버렸습니다
지금 흘러가는 <이 때>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는 누구의 허락도 없이 잎이라고 눈이라고 당신이라고 명명해 봅니다
당신에 흠뻑 젖은 내가 어찌 온전하겠습니까
아아 당신은 나라는 이름의 불쏘시개로 인해 더욱 세차게 불타오릅니다
오 지금 흐르고 있는 이 꽃 별 그대 잎 눈 풀씨 허나 그러나 나도
세간 사람들처럼 당신을 시간이라 불러봅니다
꽃이 별이 아니 시간이 흐릅니다
 나도 저만치 휩싸여 어디론가 떠 내려갑니다
 아아 무량겁 후에 단지 한 줄기 미소로밖엔 기억되지 않을 그대와 나의 시간,
난 찰나를 저축해 영겁을 모은 적이 없건만 이 어이된 일입니까
미소여 미소여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솜털 연기 나비라고 명명해 봅니다
엉터리 작명가라 욕하지 마셔요 당신이 흐르기에 나는 이름 지을 따름입니다
흐르는 당신 속에서 난 이름 짓는 재주밖엔 없습니다
때문에 난 이름의 노예,
아직도 난 이름의 거죽을 핥고 사는 한 마리 하루살이에 지날지 모릅니다
아아 당신은 흐릅니다 난 대책없이 당신에게로 퐁 뛰어 듭니다
당신은 흐름, 난 이름, 당신은 움직임 아주아주 미세한 움직임,
나는 고여 있음 아주아주 미련한 고여 있음, 멀고먼 장강의 흐름 속
에서 무수히 반짝이는<나>의 파도들이여 거품 같은 이름도 흐르고 흐를
지면 언젠간 당신에게로 다가갈 좋은 날 있을 것인가요 그런가요 움직
임이시여 어머니 움직임이시여 고여 있는 <나>의 슬픈 반짝임,
받아주소서 받아주소서
.

.

.

.

오 지금 흐르고 있는 이 꽃 별 그대 잎 눈 풀씨 하나 그러나 나도
세간 사람들처럼 당신을 시간이라 불러봅니다
꽃이 별이 아니 시간이 흐릅니다
 나도 저만치 휩싸여 어디론가 떠 내려갑니다
 아아 무량겁 후에 단지 한 줄기 미소로밖엔 기억되지 않을 그대와 나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