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존 웰스
출연/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베네딕 컴버배치, 이완 맥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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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엘리엇을 사랑하고 숭상하던 작가이자 아버지(샘 쉐퍼드)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결국 강가에서 물에 빠진 시체로 발견된다. 그의 죽음은 사고일까, 아니면 의도된 것일까. 궁금하지만 적어도 이들에게는 그게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아버지의 자식들, 그리고 그의 아내 얘기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모였지만 가족들, 곧 아내와 세 딸, 처제네 식구들 등등은 끝없이 으르렁거린다. 버트란트 러셀이 말했던가. 이들 같은 이에게 가족은 더 이상 축복이 아니다. 그건 일종의 형벌이다.
왜 아니겠는가. 엄마 바이올렛(메릴 스트립)은 약물 중독이다. 안 먹는 약이 없다. 그녀는 늘 몽롱한 상태이며 그래서 종종 폭력적이다. 큰 딸 바바라(줄리아 로버츠)는 이 집안의 기둥이지만 차갑고 야멸찬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는 교수 남편(이완 맥그리거)이 새파란 여자와 바람을 피우자 당장 그와 별거에 들어간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같이 오게 된 것을 기회로 그를 용서하게 될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바바라의 동생 아이비(줄리안 니콜슨)는 시골인 오하이오에서도 시골인 오세이지 카운티에 사는 엄마와 함께 지내며 그녀의 신경질을 온몸으로 견딘다. 그러나 이 착한 노처녀는 엄마에게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중이다. 막내 딸 카렌(줄리엣 루이스)은 나이먹은 철부지다. 그녀는 아버지의 장레식에, 또 어디서 건졌는지 놈팡이(더못 멀로니)를 하나 데리고 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인간은 결국 바바라의 10대 딸에게 추근대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오세이지 카운티에서 함께 살고 있는 바이올렛의 동생이자 딸들의 이모인 매티(마고 마틴달)는 약간 모자란 아들(베네딕트 컴버배치)를 구박하다 못해 학대하는 편이다. 그런 아들을 감싸주는 건 그의 아버지 찰스(크리스 쿠퍼) 뿐이다. 하지만 이 아들 역시 그들에게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곧 그 비밀이 드러날 터이다. 이 가족의 초상(初喪)은 어떻게 치러지게 될까. 이 가족의 초상(肖像)은 또 어떻게 그려지게 될까.
바바라의 동생 아이비(줄리안 니콜슨)는 시골인 오하이오에서도 시골인 오세이지 카운티에 사는 엄마와 함께 지내며 그녀의 신경질을 온몸으로 견딘다. 그러나 이 착한 노처녀는 엄마에게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 중이다. 막내 딸 카렌(줄리엣 루이스)은 나이먹은 철부지다. 그녀는 아버지의 장레식에, 또 어디서 건졌는지 놈팡이(더못 멀로니)를 하나 데리고 온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인간은 결국 바바라의 10대 딸에게 추근대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오세이지 카운티에서 함께 살고 있는 바이올렛의 동생이자 딸들의 이모인 매티(마고 마틴달)는 약간 모자란 아들(베네딕트 컴버배치)를 구박하다 못해 학대하는 편이다. 그런 아들을 감싸주는 건 그의 아버지 찰스(크리스 쿠퍼) 뿐이다. 하지만 이 아들 역시 그들에게 엄청난 비밀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곧 그 비밀이 드러날 터이다. 이 가족의 초상(初喪)은 어떻게 치러지게 될까. 이 가족의 초상(肖像)은 또 어떻게 그려지게 될까.
고심 끝에 수입사에서는 이 영화의 말머리에 ‘고품격 막장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맞는 얘기이긴 하다. 특히 결말 쪽으로 가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이 가족은 참으로 난감하다. 막장이다. 갈 데까지 간다. 어디까지 갈 것인지 그 끝은 그리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가족의 관계에 일정한 선을 긋고 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게 가족이라는 뼈저린 통증 같은 자각을 다시 한번 갖게 만든다. 가족이란 그렇게 아웅다웅, 치고받고 싸우다, 때가 되면 모이고 또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관계들 아닌가. 그렇지 않은 가족이 어디 있겠는가. 그 일상성을 부정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겠는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끝낸 후 모든 인물들이 다이닝 룸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엄마 바이올렛은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모든 이들의 가슴을 할퀸다. 엄마의 그 대단한 히스테리. 그 때문에 모두들 신경쇠약 직전에 걸린 이 집안은 현재 침몰 직전이다. 결국 이 식사 자리는 바이올렛과 큰 딸 바바라의 혈투와 같은 싸움으로 끝을 맺는다. 그 지옥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담함에 얼굴이 구겨진다. 그런데 동시에 뱃속에서는 스멀스멀 아지랑이와 같은 웃음이 기어 나온다. 모두들 저러면 뭐 하겠나 싶은 심정을 진작에 다 겪었기 때문이다. 다들 떠날 것이다.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일 것이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서로를 그리워할 것이다. 가족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런 게 가족이라는 뼈저린 통증 같은 자각을 다시 한번 갖게 만든다. 가족이란 그렇게 아웅다웅, 치고받고 싸우다, 때가 되면 모이고 또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관계들 아닌가. 그렇지 않은 가족이 어디 있겠는가. 그 일상성을 부정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겠는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끝낸 후 모든 인물들이 다이닝 룸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엄마 바이올렛은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모든 이들의 가슴을 할퀸다. 엄마의 그 대단한 히스테리. 그 때문에 모두들 신경쇠약 직전에 걸린 이 집안은 현재 침몰 직전이다. 결국 이 식사 자리는 바이올렛과 큰 딸 바바라의 혈투와 같은 싸움으로 끝을 맺는다. 그 지옥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참담함에 얼굴이 구겨진다. 그런데 동시에 뱃속에서는 스멀스멀 아지랑이와 같은 웃음이 기어 나온다. 모두들 저러면 뭐 하겠나 싶은 심정을 진작에 다 겪었기 때문이다. 다들 떠날 것이다.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일 것이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서로를 그리워할 것이다. 가족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한 어머니와 세 딸의 이야기 버전으로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리어왕>을 심하게 변형시켜 놓은 셈이지만 그것마저 어쩌면 같은 이야기 구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서구의 모든 스토리는 이미 셰익스피어에서 완성됐다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한다. 하기야 이 영화는 연극 희곡이 원전이다. 그걸 조지 클루니와 하비 와인스타인이 영화로 공동제작했다. 시나리오는 샘 쉐퍼드가 썼다.
어쨌든 그래서일까. 메릴 스트립은 연극 무대의 리어왕처럼 포효하듯, 웅장한 톤의,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는데 그게 그렇게 기막힐 수가 없다. 메릴 스트립은 분명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급이었으나 하도 많이 타고, 하도 많이 수상후보에 올라서 일부러 빠진 것 같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그만큼 기막힌 연기력을 선보인다.
메릴 스트립 뿐인가. 엄마 때문에 광분하는 큰 딸 바바라 역의 줄리엣 로버츠도 ‘이 여배우에게서는 이제 <프리티 우먼> 따위의 영화는 필모그래피에서 지워줘도 된다’고 얘기할 만큼 성숙하면서도 성격있는 연기를 펼친다. 줄리아 로버츠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걸 새삼 알게 해준다. 여기에 크리스 쿠퍼, 이완 맥그리거,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기라성들이 뒤를 받친다. 둘째 딸 줄리언 니콜슨도 발군이다. 그녀는 뒤늦게 발견된 진주다.
어쨌든 그래서일까. 메릴 스트립은 연극 무대의 리어왕처럼 포효하듯, 웅장한 톤의,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는데 그게 그렇게 기막힐 수가 없다. 메릴 스트립은 분명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급이었으나 하도 많이 타고, 하도 많이 수상후보에 올라서 일부러 빠진 것 같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그만큼 기막힌 연기력을 선보인다.
메릴 스트립 뿐인가. 엄마 때문에 광분하는 큰 딸 바바라 역의 줄리엣 로버츠도 ‘이 여배우에게서는 이제 <프리티 우먼> 따위의 영화는 필모그래피에서 지워줘도 된다’고 얘기할 만큼 성숙하면서도 성격있는 연기를 펼친다. 줄리아 로버츠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걸 새삼 알게 해준다. 여기에 크리스 쿠퍼, 이완 맥그리거,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기라성들이 뒤를 받친다. 둘째 딸 줄리언 니콜슨도 발군이다. 그녀는 뒤늦게 발견된 진주다.
진부한 질문도 종종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것이 좋다. 그건 삶을 고르고 평평하게 만드는 일이다.
당신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희생하고 감수할 수 있는가.
당신 개인의 행복은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 개인이 먼저인가,
가족이 먼저인가. 행복한 가정을 보는 것은 솔직히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저건 다 거짓일 수 있으며 그래서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허구한 날 깨지고 부수는 소리가 들리는 가족의 얘기에 자꾸 눈과 귀가 쏠리게 된다.
그건 바로 나 자신,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은 바로 그 점을 확인케 해주는 작품이다.
당신 가족은 과연 안녕하신가?
영화평론가 오동진 ohdjin@hanmail.net
한 줄 영화평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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