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노숙

무디따 2016. 12. 8. 16:03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詩 김사인

'생을 그리는 작업실 > Nude Croqu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은 방  (0) 2016.12.22
빈 방  (0) 2016.12.15
울음 끝에서  (0) 2016.12.01
뜨겁도록 사랑하라  (0) 2016.11.25
겨울 입술  (0) 2016.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