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미래시학』 2015 여름호 「시집(詩集)」외 1편 김명옥

무디따 2015. 6. 22. 17:03

 

 

 

 

 

 

 

 

 

시집  


등 푸른 당신을 가방 속에 넣었더니
비릿한 바닷물이 일렁인다.
비늘을 튀기며 퍼덕이는 햇빛들.
흉터뿐인 밀실 속에서 제 살을 파먹고 살아 온 가느다란 내장,
한 면밖에는 볼 수 없는 울음 주머니.
잠 속에 들어 앉아 허공의 부레를 어루만질 때마다
푸른 핏방울이 튀긴다.
이젠 울지 마.
따뜻한 눈물 한 움큼 더하며 당신을 놓아준다.
처음 왔던 그 자리 너의 별로 돌아가렴.
바람 타고 달리는 마두금 소리
감긴 검은 눈동자가 듣는다


.

.

.

  너를 위해 


벽이 거울이 되어야
꽃이 될까.
무릎과 가슴을 덧대고
양수 속에 쪼그리고
지문을 파먹으면
방울방울 기어 나오는 죄.

간지러운 등을 긁으면
미끌미끌 미끄러져 나온다.
사타구니에서
거칠한 뒤꿈치에서

꽃모가지 끊은 죄까지
퉁퉁 불어터진 죄들이
오대양 육대주 사이에서 진저리 친다

비틀거리며 손을 뻗어
검은 머리채를 휘어잡자
좁은 문으로 줄행랑치는 죄.

내게서 멀리 있는 사람아
희미해지는 내 손등에 입 맞추렴.

남은 한 방울 선혈까지
바치지 않고는
탈출 할 수 없는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