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저 빗속으로」김명옥

무디따 2015. 6. 14. 12:47

 

 

 

 

 

 

누가 자꾸만 흔들어서 깻습니다
천둥소리였나 봅니다

창문을 여미며
마음속 가뭄도 쓸어 갈 듯 한 비에
가슴은 쿵쾅거립니다
몸은 우리 속에 갇혔는데
그리운 것들이 콸콸 흘러내립니다.

이제는 옛정을 거두어도 좋을
새로고침 안 되는 인연들도 어디선가 비에 젖고 있을까요

천 년 넘게 비를 맞고 서 있는 석등을 쓸어주던 절집과
연잎 우산을 쓰고 웃던 홍련지, 백련지

옛날 노래가 묽게 흐르던 둔치
달리는 차창 밖으로 팔을 뻗어
손바닥 위로 빗방울을 내려받던 감촉
그리고 우산을 날려 버리고
그대로 비를 맞던....

 

불러 볼 누군가를 떠 올려 보지만
그대들의 잠을 방해할 것 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아니, 부를 사람이 없군요

어제 사다 놓은 햇감자를 씻어
불 위에 올리고
머리맡 시집을 펼쳐 봅니다.

감자가 포근하게 익으면
빨치산처럼
뛰쳐나갈 수 있을까요

 

 

저 빗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