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oil painting

회복

무디따 2012. 5. 12. 00:48

 


 

 

20 F/ 72.7 × 60.6 oil on canvas

 

 

 

 

 

 

바람이 꽃잎을 흔들고
흔들린 꽃잎은 상처를 흔들고
마음을 흔든다

흔들린 마음 하나
더할 수 없이 위중해진
단단한 슬픔이 되어
목구멍을 막는다

그래
그냥 어떤 사소한 사건이라고 못박아두자
꽃그늘 하나 드리우지 못하는 가여운 나무의,
그 깡마른 그림자의,
말라가는 비애쯤이라 해두자

운명적이라는 말은 아무 때나 쓰는 말이 아니지
점등별의 망루에 올라 잠시 스위치를 켰을 뿐

그래, 그래
그냥
쓸쓸한 별의 벼랑 끝에서 잠시
아찔, 했을 뿐
황홀, 했을 뿐
뿐,

 

 

詩/ 김요일


 

 

작업노트


내게 시는 자아해체다.
존재라는 토막을  배를 가르고 뼈와 살을 발라내는 작업이다.
속이 곯은 나는 전신을 붕대로 둘둘감고
관 속에 누워서 먼~먼 나라의 꿈만 꾸다가
꿈에서 문득 깨면
휘발된 감성의 찌꺼기를 손에 든 채
형이상학적 사고의 무용에 전율한다.

고수들이 들이대는 비수같은 詩語 앞에서
늘 초라 할 수 밖에 없는 내가 선택한 변명...


"당신은 내 시를 읽었지만 나를 알지 못합니다.
영영 만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친구입니다.
내 시가 당신 맘에 드셨다면
내 것이든 / 타인의 것이든 /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든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이 읽은 시는 진정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은 시를 읽을 때 그것을 창작하는 저자입니다."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Jose Emilo Pach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