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세월은 다시 오지 않았네
해마다 봄이 찾아와도
서원마당에 낙루처럼 붉은 매화꽃이 질뿐
읍청루에 올라 바라보면
천지갑산에 쓸쓸한 바람만이 불었네
세상을 버리고 돌아오던 날
흐르던 물을 묵계라 부르며
귀를 닫고 헛된 소식에 마음 조리지 않았으니
그대는 어느 하늘 아래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는가
마을에는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고
길안천을 휘감고 돌던 바람 한 줄기
후원의 솔숲에서 저물어가니
세상사 경계가 말 없는 물과 같이
어느 구비를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네
입교당 툇마루에 늦도록 앉아
오직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할 뿐
그대의 그림자 위에 묵계라고 쓸뿐
모든 날들이 황무지처럼 남루해졌으니
저 홀로 피었다 지는 붉은 꽃처럼
무너지는 적멸의 시간을 바라볼 뿐이었네
.
.
.
.
.
세상을 버리고 돌아오던 날
흐르던 물을 묵계라 부르며
귀를 닫고 헛된 소식에 마음 조리지 않았으니
세상사 경계가 말 없는 물과 같이
어느 구비를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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