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원경 / 정해종

무디따 2012. 5. 4. 16:05

 

 

 

 

 

 

 

깨진 유리조각들을 튕겨내며
제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시간들
시간들이 빠져나간 시계를 가방에 넣고
시간의 발자국을 따라 나서는데
보이지 않던 시간들이 보인다.
먹구름이 비를 몰고 산을 넘어오는 시간
풀잎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시간
개미들이 망가진 집을 복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거미가 거미줄을 다시 치는데 걸리는 시간
해가 지평선 너머 다른 땅으로 잠적하는 시간

밑도 끝도, 집도 절도 없는 발길이다
먼 곳에 와 떠돌다보니,
나보다 먼저 떠돌던 시간이 나보다 하염없고
나보다 먼 곳을 떠돌던 시간이 나보다 정처 없는데
시간의 손끝이 자꾸 내 손등을 어루만진다
내 마음이 당신에게 당도하는 시간,
눈물이 땅에 떨어져 내리는 시간,
생이 꿈틀거리며 허물을 벗는 시간,
나를 끌어 안고 등을 두드리는 시간
.

.

.

제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시간들
시간들이 빠져나간 시계를 가방에 넣고
시간의 발자국을 따라 나서는데
보이지 않던 시간들이 보인다.

해가 지평선 너머 다른 땅으로 잠적하는 시간

밑도 끝도, 집도 절도 없는 발길이다
먼 곳에 와 떠돌다보니,
나보다 먼저 떠돌던 시간이 나보다 하염없고
나보다 먼 곳을 떠돌던 시간이 나보다 정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