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이 빚는 건 술이 아니다.
타는 물이다.
너에게 건네는 한 잔의 술,
너의 소멸이다.
누룩이 빚는 건 항아리,
빈 공간이다.
채워도 채워도 빈 그릇,
부서져 내리는 육신이다.
미움과 사랑이 썩어서
술이 된다면,
너는 불타서 재나 되거라
채워도 채워도 빈 공간.
깨어져 뒹구는 그릇의 공간.
소멸/詩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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