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

고독

무디따 2006. 12. 20. 23:47


이승에 있으면서
나는 곧잘 저승을 넘나든다.
얼굴은 굳어 바위가 되고
검은 죽음의 이끼가 돋는다.
나와 비슷한 벗들과 정답게
얘기를 하다가도
나는 어느덧 눈뜬 소경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저자식 또 시인인 체하는구나
할는지 모르지만
웃지 말아라, 비웃지 말아라,
詩는 詩 이외에 아무것도
아님을 낸들 모르랴.
그래서 나도 술을 들이켜면
흥이 나는 체, 음탕한 체하나
나는 춥구나, 계집을 껴안아도
뼛속의 어두움은 혼자서
지껄인다, 나는 아프다고.

 

고독 /詩 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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