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에 있으면서
나는 곧잘 저승을 넘나든다.
얼굴은 굳어 바위가 되고
검은 죽음의 이끼가 돋는다.
나와 비슷한 벗들과 정답게
얘기를 하다가도
나는 어느덧 눈뜬 소경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저자식 또 시인인 체하는구나
할는지 모르지만
웃지 말아라, 비웃지 말아라,
詩는 詩 이외에 아무것도
아님을 낸들 모르랴.
그래서 나도 술을 들이켜면
흥이 나는 체, 음탕한 체하나
나는 춥구나, 계집을 껴안아도
뼛속의 어두움은 혼자서
지껄인다, 나는 아프다고.
고독 /詩 박희진
'생을 그리는 작업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밤에 쓰는 편지 (0) | 2007.01.04 |
---|---|
소멸 (0) | 2006.12.27 |
사랑의 시차 (0) | 2006.12.14 |
겨울예감 (0) | 2006.11.30 |
저 별빛 (0) | 2006.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