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고 개울물은 꽝꽝 얼어붙었다.
배는 고프고 목은 타는데 눈보라는 또 휘몰아친다.
나는 왜 또 이 산 속으로 왔나 물통은 또 어디 있나.
도끼로 짱짱 얼음장 깨면 퍼들껑 멧새 한 마리.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는데 나한테는 반야가 없다.
없는 반야가 올 리 없으니 번뇌를 나눌 동무도 없다.
산 속으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것은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고
평안도 시인은 말했지만 내겐 버릴 세상도 없다.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그립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
염불처럼 서러워서 나는 또 하늘을 본다.
눈이 내린다.
.
.
.
.
.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는데 나한테는 반야가 없다.
없는 반야가 올 리 없으니 번뇌를 나눌 동무도 없다.
염불처럼 서러워서 나는 또 하늘을 본다.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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