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비 / 이재무

무디따 2009. 5. 23. 00:00

 

 

 

 

 

 

 

 

해 종일 욕설 쏟아져 내린다
어머니 생전에 내게 퍼붓던 욕
급살맞을 놈, 호랭이 물려가 뒈질 놈,
환장할 놈, 가랑이 찢어 죽일 놈, 염병할 놈
죽은 연년생 동생과 함께 밥보다 많이 먹은 욕
쏟아져내려 먼지 푸석이는 생이 젖는다
그리운 얼굴들 쏟아져 내린다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욕설이었다
병을 앓으며 생각의 키가 자랐고
집과 멀어질수록 마음의 뜰 넓어졌다
거리에 분주한 바지氏, 치마氏들아
귀 열어 욕설 담아보아라,
모처럼 정겹지 않으냐,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는 살뜰한 것들이여,
떠나서는 돌아오지 않는 간절한 것들이여,
불쑥 찾아와 얼룩위 생 닦아내는 지혜의 물걸레여,
줄기차게 잔소리 쏟아져 내린다
살가운 추억, 떠나버린 애인들
오후 강의도 작파해 버리고
에라, 욕에나 젖어 비에 젖어 술에나
젖어 사랑에 젖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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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져내려 먼지 푸석이는 생이 젖는다
그리운 얼굴들 쏟아져 내린다 
모처럼 정겹지 않으냐,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는 살뜰한 것들이여,
떠나서는 돌아오지 않는 간절한 것들이여,
불쑥 찾아와 얼룩위 생 닦아내는 지혜의 물걸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