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갑자기
보이지 않는 행렬이 다가오며
절묘한 음악과 환호성이 들릴 때
자신의 운이 저물어 감을 한탄하지 말라
실패한 일들, 속임수로 변한 계획들도
헛되이 한탄하지 말라
마치 오래전부터 그것에 대비한 것처럼
용기 있는 사람처럼
작별을 고하라, 떠나가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무엇보다도 자신을 속이지 말라
단지 꿈일 뿐이라고, 귀가 잘못 들은 것이라고
자신에게 말하지 말라
그런 헛된 희망으로 비굴해지지 말라
마치 오래전부터 그것에 대비한 것처럼
용기 있는 사람처럼
이 도시를 손에 넣었던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으로
흔들림 없이 창가로 다가가
깊은 감정을 가지고 들으라
하지만 겁쟁이처럼 흐느껴 울거나 불평하지는 말라
저 소리들, 저 낯선 행렬에서 들리는 절묘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라, 그것이 그대에게 주어진 마지막 즐거움이니
그리고 작별을 고하라
그대에게서 떠나가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신이 안토니우스를 버리네> C. P. 카바피(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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