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없이도 그리움은 찾아오고
기억 없이도 목이 마르다.
풀들은 흙 묻은 얼굴을 털고
뭐라고 뭐라고 나무들은
햇빛 속에 잎을 토해내는데,
다시 봄이란다.
(그대여, 그토록 멀리 있으니
그 거리만큼의 바람으로
뺨을 식히며 토로하노라)
참 오랫만에 볼펜을 쥐고 눈을 감았다.
그만해도 피가 따뜻했다, 처음엔.
나의 척추, 나의 묵주, 나의,
나는 그 뾰족한 끝으로
차라리 심장을 후벼파고
뻗어버리고 싶었다,
햇볕 속에.
아, 다시 봄이라는데
갈라진 마음은 언청이라서
휘파람을 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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