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카를 덧바르며- 번 아웃 신드롬 」 김명옥
스스로 낸 상처 위에
화장을 하고 티카*를 덧칠했어
거울 속에 갇힌
다크서클 내려앉은 여자
묽은 죽으로 대신하는 끼니
한 주먹 알약은 디저트
엷은 잠 속으로
다녀가신 어머니의 수심어린 눈빛
초승달이 기웃거릴 때면
허기진 언어들이 징징거리고 있어
썩어 문드러진 심장이라도 던져 줄까
숨바꼭질 하면서 밤을 새워줄까
휘청 휘청
헐렁해진 근육으로 걷다가
노란 비늘로 뒤덮인 길 위에서
무릎을 땅에 박고 말았어
흘러가버린 강물이 되돌아오던가
허물어진 햇살 아래
피빛 티카가 아침을 파먹고 있어
*힌두교 신자들이 아침 마다 붉은색 가루로 이마에 그려넣는 일종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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