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면 아득한 길이 있다고,
이 말씀 없었으면 나는 죽었지.
그런데 산뻐꾸기 저물어 봄날이 가도
가야 할 길은 산 속으로 묻혀 갔으니.
그냥 하루 해도 저물어 갔네.
물론 애달프고 서러웁게 지고 샜지만
간다는 저쪽 길이 너무 아득하여서
꿈길 밖으로 꿈길 밖으로 걸어만 갔네.
누구 죽었다는 혼령이여,
왜 나는 미친 듯이 걸어야 하고
들창 밖 새소리 하나마저 놓쳐야 하나.
새소리는 그토록 어여쁜 무지개를 가지고 있는데.
저쪽 숲에서였지.
어둠이 꼬리를 감추는 저녁 무렵,
내 고요한 창변을 흔들고 지나가는
귀울림의 지독한 하늘에 앞서
만산이 무너지는 산비둘기 울음을 들었던 것은.
물론 행운이었어.
온다 하던 그대 초봄의 옥색 치마에
바람꽃 무늬 하얗게 처질러지고
없는 길은 그렇게 또 맞물려 갔지.
때없이 생각만 빗물에 누워
이 소리 저 소리로 야국 한 송이를 다 적셔도
국화꽃 피는 때는 너무나 멀고
잠결에 있는 것은 매화 한 틀,
서늘한 적삼으로 뒤꽂이 선연한 매화잠만 보았지.
가다가 외로우면 새벽잠을 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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