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그랬으면 좋겠네 」 이시하

무디따 2016. 4. 15. 20:19









애인이 빨리 늙어 소처럼 느리고 순해지면 좋겠네

빨리 늙은 애인이 느지막이 일어나 찬 없는 밥을 우물우물 먹고 나서

산수유 꽃 피었드만, 그거나 보러 가지, 그랬으면 좋겠네

사람구경도 참 쏠쏠하구먼, 천천히 걷지 뭐, 그랬으면 좋겠네

강 언덕에 시름도 없이 앉아서는 노을빛이 퍽 곱구먼, 그랬으면 좋겠네

주름진 내 손을 슬쩍 당기며 거 참, 달빛 한번 은근하네, 그랬으면 좋겠네


 애인이 빨리 늙어 꾀병 같은 몸사랑은 그만두고 마음사랑이나 한껏 했으면 좋겠네

산수유 그늘 아래 누워 서로의 흰 머리칼이나 뽑아주면 좋겠네

성근 머리칼에 풀꽃송이 두엇 꽂아놓고 킥킥거렸으면 좋겠네

빨리 늙은 애인이 허허 웃으며 주름진 이마나 긁적거리면 좋겠네

아직두 철부지 소녀 같다고 거짓농이나 던져주면 좋겠네

한세상 흐릿흐릿 늙어 가는 게 싫지는 않냐 물으면

흥, 흥, 콧방귀나 뀌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