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리처드 브룩스
원작 : 도스토예프스키
출연 : 율 브리너, 마리아 셀, 클레어 블룸
리 J 콥, 리처드 베이스하트, 윌리암 샤트너
알버트 살미, 주디스 이블린
'카마라조프의 형제들'은 죄와벌의 작가로 너무나도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완성
유작 소설'입니다. 톨스토이를 비롯한 세계의 문호들에게 숭배받는 이 방대한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것이 1958년 미국의 리처드 브룩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만든 러시아 소설 영화화 작품이지만 주연인 율 브리너는 러시아계 인물로
'추상'이나 '여로'같은 작품에서도 러시아인을 연기한 바 있기 때문에 러시아인역할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공연여배우인 마리아 셀 역시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배우이며
영국출신의 클레어 블룸 등 유럽계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고 있습니다.
방대한 도스토예프스키 원작은 방탕한 아버지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4형제를 주축으로
선과 악, 방탕과 탐욕, 신과 악마 등에 대하여 심도 있게 논한 소설이지만 영화에서는
율 브리너와 마리아 셀의 로맨스 부분을 크게 늘리고 희망적으로 흐르는 이야기로
만들고 있습니다.
워낙 이야기자체가 심오한 소설이라 영화의 시간도 14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거의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율 브리너의 부리부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는
장남 드미트리 역에 더없이 어울리고 있으며 서자 스메르자코프역의 알버트 살미나 순수한
영혼을 가진 막내인 알로사 역의 윌리암 샤트너도 모두 적역입니다. 아버지 역의 리 J 콥은
'워터프론트'에서 보여준 사악하고 독재적인 이미지에 이어서 여기서도 방탕하고 탐욕스런
노인으로 그럴싸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무신론자인 차남역은 '백경' '길' '전신언덕의 길'
등으로 낯익은 리처드 베이스하트입니다.
마리아 셀과 클레어 블룸의 여배우의 연기대결도 볼만합니다. 도도하고 소유적인 여성
카차역의 클레어 블룸은 또렷한 이목구비의 외모를 살려 율 브리너와 악연으로 얽히는 카차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셀의 경우는 유럽의 대표적인 명배우지만 주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억척스런 여성이 어울리는 배우인지라 초반부의 관능적인 그루센카역할 보다는 후반부에
율 브리너와 진실하고 애틋한 사랑을 맺는 과정이 더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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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킨 드미트리
이렇게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하는 영화가 60년대에 어떻게
우리나라에 개봉이 될 수 있었을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배우들 구경하는 것만드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탄탄한
원작에서 영화적으로 적절한 부분을 잘 활용한 작품입니다. 아버지와 형제들간의 탐욕과
증오로 얽힌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며 장남 드미트리와 카차, 그루센카의 미묘한 로맨스가
재미를 증가시켜줍니다. 율 브리너의 굳세고 튼튼한 이미지가 영화에 힘을 넣어 줍니다.
신과 종교에 대한 알로사의 고뇌에 대한 부분은 영화에서는 생략되고 있습니다.
즉 소설의 내면적인 부분은 제외시키고 아버지와 형제간의 갈등과 그루센카와 드미트리의
로맨스와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각색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 개봉된 작품이지만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설정, 특히 아버지를
살해하고 형에게 그 누명을 씌우는 스토리의 영화가 어떻게 60년대 당시의 보수적인
정서를 뚫고 개봉될 수 있었는지 신기합니다. 더구나 '공산주의국가'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는데 말이죠. 거기에 한 여자를 두고 아버지와 함께 사랑의 경쟁을 벌이는 일종의
근친같은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이야기인데.
율 브리너, 마리아 셀을 비롯한 명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와 통속적으로 재미있게 각색한 내용으로
인하여 '고전영화의 묘미'가 가득찬 느낌을 주는 재미난 영화입니다. 역량있는 감독과 좋은
배우들과 탄탄한 원작이 만났으니 못해도 기본은 나올 영화였습니다.
한 줄 영화평 / 의미심장한 대사들과 율브린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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