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세상을 가져온다
바나나가 그려진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열어 음악을 들으면 눈밭 위에 앉아 짹짹거리는 작은 새들의 소리처럼 그리운 소음
소음이 그리운 날은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빠져나와 하루 종일 닉 케이브를 듣는다
닉 케이브라는 소음의 천사를 나는 예전에 알았다
그가 전직 천사였다는 것을 안다
너무 아름다운 노래 때문에 타락 천사가 된 그를 나는 인간적으로 듣는다
그의 노래는 여전히 소음 속에서 침묵을 추구한다
한없이 떠들어야만 더욱더 견고한 고독이 완성되므로 여전히 사랑에 빠져 노래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안쓰럽다왜 그가 타락 천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말해 준다
사실 말은 필요없는 것이다
세계가 우리의 비극을 감싸 안으므로 우리는 장엄하게 아름다운 비극이다
여기까지다, 시인이 할 일은 세상 모든 원소들을 백색소음에 데려다주는 일
그 다음은 이 세계의 일, 모든 소리의 가청 주파수대를 의미하는 백색소음 속에서 시인은 침묵과 고독이라는 물질로 새로운 시의 원소를 만드는 연금술사
여기까지다, 여기까지가 침묵의 음악이고 그 이후는 침묵을 또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순간 누군가 안쓰럽게
이 시를 읽고 있을 것이다
타락 천사이었거나
전직 천사였거나
아마도
당신이 음악이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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