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허망하게 죽고 싶다
아니, 아슬아슬하게 살고 싶다
아니아니, 뼈 아프게 살고싶다
라면하나 끓여 먹고싶다
담배를 피고싶다
그냥 별을 보고싶다
실컷 잠들고 싶다
참았던 오줌을 누고싶다
오늘 새로산 시집을 혼자 보고싶다
병 들고싶다
들개처럼 헤메이고싶다
집 없는 걸인이고 싶다
끝없이 실패하고싶다
대책 없이 굶고싶다
사흘 밤 낮쯤 뜬눈으로 세우고 싶다
지난 십년간 쓴 일기를 태우고싶다
못부친 편지를 찢으며 울고싶다
피 흘리고 싶다
가을 고궁을 걷고싶다
내 외로움을 개에게 주고싶다
낙엽을 태우면 하늘로 올라가는
한줄기 흰 연기를 가리키며
인생은 그 너머에 있는 무엇이라고
딸에게 가르키고 싶다
도서관 계단에 하염없이 서 있고싶다
지는 해를 바라보고싶다
멀어서 더욱 미치게 사무치는 이념의 별이여
단 한번의 벌침이여
퉁퉁 부어오른 가볍고 혹독한 상처여
너-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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