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와우정사

무디따 2015. 9. 19. 21:41

 

 

 

 

 

 

 

 

 

 

 

 

 

 

 

 

 

 

 

 

 

 

 

 

그대 맨발이었네 발바닥은 굳은살

피가 날 때도 있었겠지

밤마다 꿈에 만나는 춤추는 시신들

그대처럼 하나같이 맨발이었겠지


 

걷고 또 걷다 죽을 것 같은 날

나뭇가지 꺾어 물집 터뜨리면

시원하다 아, 이렇게 살아 있구나

미약媚藥의 맛을 그대 몰랐으랴

목 탈 때 마시는 물맛보다 좋지는 않았겠지


 

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몸 어딘가에는 흉터가 나 있다

어떤 사람은 그 흉터 부끄러워했고

어떤 사람은 그 흉터 자랑스러워했다


 

마을을 떠나야 마을 만날 수 있고

사람을 떠나야 사람 만날 수 있지

오늘도 길에서 나는

문 밖이 집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

 

 

 

늘 떠나는 그대  ― 혜초의 길 9         

 詩이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