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유령」이윤림

무디따 2015. 8. 21. 21:54

 

 

 

 

 

 

 

 

 

 

 

이 도시는 나를 호명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끝없이 불려나왔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팔월의 마지막 날 끓어오르는 저녁 종로 거리에.
여기? 그래,
어떤 시간에 한 공간을 뚜렷한 형태와 체적을 가진 무엇
또는 누구인가가 점하고 있다는 믿음은 근거 없는 도취일 수도 있다.
이곳에서 영원한 것은 강철 안개다.
그것을 배경으로 한 유리와 네온의 정면들,
만화경을 뿌리는 옥상의 전광판들.
시선을 착취하는 이 거리에서 걸음은 단호해야 한다.
 그러나 시선 뒤의 나는 뻥 뚫려 있다.
 산화한 것이다.
당신의 눈을 따갑게 하고 목을 아프게 하는 먼지 입자들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게 나다. 내가 산화한 증거, 내 뼛가루들이다.
발을 끌며 사람 모양의 피로 한 자루,
거품을 내며 흘러가는 거센 물결에 쓸려간다.
종로 2가에서 인사동 쪽으로.
그것이 사태의 핵심이다.
그는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저녁을 먹고 목숨을 부지하려는 유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