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전단으로 도배된 아파트 복도
돌풍에 떨어져 나갈 듯
펄럭거리는 현관문들
할머니 한 분이 혀를 차며 지나가는데
눈길이 섬칫하다
어떤 영문이었을까
나는 속옷만 걸친데다가 맨발이다
어디로든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이 문 저 문을 열어 보지만
아니다,
내가 살던 곳이 아니다
얼핏 지나가는 한 남자는
모르는 여자가 씻고있는
공동 샤워장으로 들어선다
겨우 낯익은 문을 찾아서 열었다가
아닌 것 같아 다시 닫으려는데
체격이 몹시 큰 여자가
"아무 곳이면 어때요 " 하며 손을 이끈다
여자 뒤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고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는
구겨진 웨딩드레스
다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여자의 눈치를 보며 전화를 받는다
"요즘 무슨 힘든 일 있으셨어요?
검사 결과는 정상이고요
쉬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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