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의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생활은 모든 마음이 활짝 열려 있고,
온갖 포도주가 넘쳐 흐르는 하나의 향연이었다
어느날 저녁 나는 美를 내 무릎에 앉혔다.
그러고보니 못마땅한 행위임을 알았다- 그래서 욕설을 퍼부어 주었다.
나는 정의에 항거하여 무장을 단단히 했다.
나는 도망했다. 오 마녀여, 오 불행이여, 오 증오여,
내 보물을 나는 너희들에게 맡겨놓았다.
나는 내 정신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갖 희망을 사라지게 하기에 이르렀다.
그 희망의 목을 비트는데 즐거움을 느껴,
나는 잔인한 짐승처럼 음험하게 날뛰었다.
나는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자루를 물어 뜯으려고
사형집행인을 불렀다. 나는 피와 모래에 범벅이 되어 죽기 위해 재앙을 불렀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 속에 팍 쓰러졌다. 나는 죄의 바람에 몸을 말렸다.
나는 광대를 잘 속여 넘겼다.
봄은 나를 향해 백치처럼 무시무시한 웃음을 웃었다.
그런데, 요즘 마지막 껄떡 소리를 낼 찰라에,
나는 옛날의 축제를 다시 열어줄 열쇠를 찾으려 했다.
그러면 아마도 욕망을 되찾을지 모른다.
자애(慈愛)가 그 열쇠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내가 전에 꿈을 꾸었나보다.
"너는 잔인한 놈으로 남으리라....." 따위의 말을,
그토록 멋진 양귀비 꽃을 나에게 씌어준 악마가 다시 소리친다.
"네, 모든 욕망과 이기주의와
모든 너의 죄종(罪宗)*을 짊어지고 죽으라"
오! 내 그런 것은 실컷 받아드렸다. 하지만, 사탄이여,
정말 간청하노니, 화를 덜 내시라!
그리고 하찮은 몇 가지 뒤늦은 비겁한 짓을 기다리며,
글쟁이에게서 교훈적이며 묘사적인 능력의 결핍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내 나의 저주받은 자의 수첩에서 보기흉한 몇 장을 발췌해 준다.
*죄종(罪宗) 기독교에서 말하는 7개의 주된 죄
교만, 탐욕, 邪淫, 질투, 탐심, 분노, 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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