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먹
남쪽 하늘에 뜬 별을 보고
첫 남자를 그리워하다
죽어서 천남성이 된 코브라 같은 여자
천의 사내들[千男性]이 저를 거쳐갔다고
그래도 첫 남자가 그립다고
젓대 소리 들리지 않아도
상반신을 곤추세워
춤을 추었던 것인가
독을 뿜으려 고개를 흔들었던 것인가
온몸이 바소[披鍼]가 되어 사내들을 째려는 듯
째려보는 저 눈
슬픔으로 가득한 저 눈
이제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는
천남성天南星으로 피어 있는 저 여자.
천남성/봄에 땅속에서 솟아나올 때는 창끝 같은 껍질을 쓰고 기세 좋게 나와 잎을 펴는 독이 많은 약초이다.
그런데 싱싱하게 자라다가 가을이 되어 서리만 맞으면 축 처지다 못해
맥을 못 추고 나동그라지는 모습 역시 남성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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