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천남성(天南星)홍해리

무디따 2013. 1. 30. 13:20

 

한지에 먹

 

 

 

 

남쪽 하늘에 뜬 별을 보고

첫 남자를 그리워하다

죽어서 천남성이 된 코브라 같은 여자

천의 사내들[千男性]이 저를 거쳐갔다고

그래도 첫 남자가 그립다고

젓대 소리 들리지 않아도

상반신을 곤추세워

춤을 추었던 것인가

독을 뿜으려 고개를 흔들었던 것인가

온몸이 바소[披鍼]가 되어 사내들을 째려는 듯

째려보는 저 눈

슬픔으로 가득한 저 눈

이제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는

천남성天南星으로 피어 있는 저 여자.

 

 

 

 

천남성/봄에 땅속에서 솟아나올 때는 창끝 같은 껍질을 쓰고 기세 좋게 나와 잎을 펴는 독이 많은 약초이다.

그런데 싱싱하게 자라다가 가을이 되어 서리만 맞으면 축 처지다 못해

 맥을 못 추고 나동그라지는 모습 역시 남성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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