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먹
저 위 산사에서
극락이라는
차 한 잔 얻어 마셨더니
내가
뒤안의 풀이었음을 알았다
냇가의 물이었음을 알았다
저 아래 좌판에서
선악이라는
열매 한 알 얻어 먹었더니
내가
들녘의 꽃이었음을 알았다
산자락의 잎이었음을 알았다
내가 있기 전부터
내 속에서는
새가 날개를 펼치고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었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내 속에서
봄날의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고
얼음을 견뎌낸 뿌리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내가 한 발 안으로 들어간
목련의 새순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꼼짝하지 않고 달라붙어있었다
詩 김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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