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그리는 작업실/Nude Croquis

한몸

무디따 2013. 1. 6. 19:59

 

한지에 먹

 

 

저 위 산사에서
극락이라는
차 한 잔 얻어 마셨더니
내가
뒤안의 풀이었음을 알았다
냇가의 물이었음을 알았다
저 아래 좌판에서
선악이라는
열매 한 알 얻어 먹었더니
내가
들녘의 꽃이었음을 알았다
산자락의 잎이었음을 알았다
내가 있기 전부터
내 속에서는
새가 날개를 펼치고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었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내 속에서
봄날의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고
얼음을 견뎌낸 뿌리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내가 한 발 안으로 들어간
목련의 새순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꼼짝하지 않고 달라붙어있었다

 

詩 김종제

 

 

 

 

'생을 그리는 작업실 > Nude Croqu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의 여인숙  (0) 2013.02.04
천남성(天南星)홍해리  (0) 2013.01.30
방문   (0) 2012.12.11
자화상   (0) 2012.11.23
추야몽 (秋夜夢)   (0) 201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