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Healing poem

삼남에 내리는 눈/ 황동규

무디따 2012. 12. 23. 23:37

 

 

 

 

 

 

 

 

 

 

 

琫準이가 운다, 무식하게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큰 왕의 채찍!
마패없이 거듭 국경을 넘는
저 步馬의 겨울 안개 아래
부챗살로 갈라지는 땅들
砲들이 얼굴 망가진 아이들처럼 울어
찬 눈에 홀로 볼 비빌 것을 알았던들
계룡산에 들어 조용히 밭에 목매었으련만
목매었으련만, 대국낫도 왜낫도 잘 들었으련만
눈이 내린다, 우리가 무심히 건너는 돌다리에
형제의 아버지가 남몰래 앓는 초가 그늘에
귀 기울여 보아라, 눈이 내린다, 무심히
갑갑하게 내려 앉은 하늘 아래
무식하게 무식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