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서시/Wayfaring Stranger

즐포,곰소항,내소사

무디따 2011. 11. 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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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 염전 곁 객사에 누워

하루를 잔다.

 

짠 바닷물은

마르고, 다시 마르며

결장지까지 와서

소금으로 가라앉는데,

 


이 마을 드럼통들 속에서는

새우와 바닷게들도

소금을 끌어안은 채

쓰린 꿈속에서

제 살을 삭혀

젓갈로 곰삭고 있을 것인데,

 


변산 바다 밀물의 때,

바다는 밀고 밀며

다시 곰소항으로 돌아오면서

흰 포말로 낯선 새들을 부르고,

산비탈 호랑가시나무 숲을 부르며,

젓갈 가게에 쌓인

드럼통들을 찾아와

드럼통 속 새우와 참게들에게

풍랑의 바다 소식을 전하면서

곰삭은 황혼도 조금씩,

밀어 넣어 주고 있구나,

아주 잊지는 않았다고

젓갈로 익더라도 서로 잊지는 말자고

밤새 속삭여주고 있구나

 


곰소 염전 곁 객사의 사람도

내소사 전나무 숲 위에 뜬

초롱초롱한 별도 몇 개

꿈속에 따 넣으며

쓰린 잠을 자는데,

소금을 끌어안고 잠자며

낯선 방에서 뒤척이는데

젓갈로 삭아가고 있는데……

 

 

곰소항에서/이건청